오늘 아침 29년을 함께 했던 Hair Trimmer(전기 이발기)를 떠나 보냈다.

1997년, 공군장교로 임관해서 복무하던 때에 머리를 단정하게 깍아야 하고 자주 이발을 해야 했기에 전기 이발기를 구매했다. 그리고 내가 내 머리카락을 손질할 수 없기에 가끔씩 집에 갈 때에 형이 내 머리카락을 잘라 주기로 했다.
내 기억에는 5~6번 정도만 형이 잘라 주고 그 이후에는 내가 수원과 오산에 군복무를 하면서 근처 미장원이나 이발소를 이용하였기에 이 Hair Trimmer는 사용하지 않은 듯 했다.

그리고 이후 나는 직장과 결혼, 출산, 자녀 양육과정에서 많은 이사를 다니면서 수도 없이 짐을 싸고 풀고 했다. 그리고 지금 미국 조지아까지 이민 이사를 와 있다.
그 과정에서 함께 한 하나의 소중한 물건이 있는데 바로 이 Hair Trimmer(전기 이발기)이다.
1년 전 미국에 오기 직전에 미용학원에서 추천받아 구매한 고급 Hair Trimmer가 있어서 성능도 좋고 품질도 좋은 제품이 있다. 그리고 회사에서 받은 ‘RED’ 브랜드의 작은 소형 Trimmer도 있다. 그러기에 29년이 지난 이 제품을 사용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 정든 제품을 사용가능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하여 어제 저녁 충전을 다시 했다. 충전 중임을 의미하는 빨간색 등이 들어오길래 충전이 되나 보다 했는데 8시간 이상을 충전해도 여전히 빨간 등이 들어와 있으며 동작이 되지 않았다.
오랜 역사를 지내 온 만큼 배터리 교환을 해야 할 것 같아 유튜브에서 비슷한 기종의 Hair Trimmer의 배터리 교환하는 영상을 찾아 보았다. 너무 오래된 모델이라 같은 제품은 없었으나 유사한 옛날 기종의 배터리를 교환하는 인도식 영어의 수리기사라 현지에서 수리하는 영상이 있었다. 잠시 들어보고 나도 시도했다.

오랜 역사의 시간은 거스릴 수가 없다.

막상 분해를 해 보니 배터리가 완전히 부풀어 올라 부식된 상태였고 전자회로 기판도 녹이 슬어 번져 있었다. 모터는 이상이 없는 듯하여 배터리를 사고 납땜을 녹이고 기판을 닦고 하면 살아날 것 같았다. 그런데 이 일에 내가 시간과 돈을 들여 살려 본들, 이 Hair Trimmer를 내가 사용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최신 고급 제품이 있기에 그것 만으로도 충분했다.

이별할 때는 과감히.

분해를 하여 내부를 보고 잠시 고민 후 과감하게 결정하였다. 이제는 이별하기로..
29년의 소중한 추억을 기념하기 위하여 몇장의 사진을 찍고 재활용 쓰레기통에 과감히 담아 주었다.
한국에서 가져온 한글로 쓰여진 물건들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하고 있다.
아쉽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하다.
그동안 함께 한 세월에 감사하다.

National ER130-H, Hair Tri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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